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퍼가지마세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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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떤 약속 2020. 09. 28. 새벽에 메모장에 쓴 글 옮겨적음 당신은 알래스카에 있습니까? 당신은 그 곳에 있나요? 누군가는 하루하루 울며 버텼다는 그 곳에서 누구를 기다립니까? 언제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요? 내가 그 곳에 갈 수 있을까요? 그 꽁꽁 언 마음의 종착지. 갇혀 있지만 자유로운 우리만의 세계 - 아무것 하지 않아도 시간이 저절로 가는 마을 마지막까지 담담했던 목소리와 감정없던 메세지에도 매달리지 않았던 나를, 당신은 잊어버렸습니까? 우리는 서로의 기억에서 잊혀졌습니까? 결국 세상의 끝에서는 만날 수 있을까요? 나처럼 당신도 매일 아무렇지 않게 느끼는 무미건조한 행복함 속에서 문득 떠오르는 그 때의 약속을 지우려 애씁니까? 그 약속을 당신은 정녕 지킬 수 있겠습니까?
그 도시 2020. 03. 27. 메모장에 끄적인 글 / 옮겨적음 그 도시엔 꿈결처럼 오래도록 살았고 살다가 사는게 지겨워서 잊어도 잊혀지지 않았다. 나의 이십대 어느 언저리는 그 곳에서 누구보다 잔잔히 흘러갔다. 누구보다 원했던 그 도시의 공기는 맛을 보면 짭쪼름 했고 뺨에 대면 얼음장 같이 차가웠다. 감히 어둡다고 말할까봐 간간히 세어 나오는 불빛이 아랑거려 목이 칼칼한 밤. 그 날도 회식에 쩔어 나는 생각했다. 어린시절 뭣모르고 동경했던 그 도시가 존재하긴 하는지. 그 어렴풋한 희미한 - 도저히 잡히지 않는 흑백의 도시. 오래도록 꿈결같던 그 도시는 지금 이곳이 맞는지 되물었다.